아티스트 크루 이즈잇(1S1T)에 속한 가구 디자이너 강영민은 공장에서 버려진 PVC로 가구, 오브제를 만든다. 장난감처럼 팝한 컬러로 산업 폐기물을 차곡차곡 쌓아 완성된 독특한 의자는 강영민 의자만의 매력이다. 그의 손을 거치면 단순한 형태의 폐품이 기능적이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독특한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의자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강영민 디자이너를 만나 AFF 작품과 친환경 아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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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의자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강영민 디자이너

PVC 폐기물로 제작한 의자와 스툴로 구성된 ‘AFF’ 컬렉션은 산업과 디자인, 두 가지를 아우르는 강영민 작가의 대표 작품이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 DDP 디자인 페어 등 국내외 유명 디자인 페어에서 영 디자이너로 선정된 강영민은 해외 유명 브랜드와 셀러브리티의 콜라보레이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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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민의 쉼

    “식물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의 해결책을 찾기도 해요.”

    Q. 최근에 작업실을 새로 꾸몄다고 들었어요.
    이번에 인테리어를 하면서 키우는 식물을 많이 가져왔어요. 식물은 코로나 전부터 관심이 있었는데 하나 둘씩 가져다 키우다 보니 어느새 작업실을 꽉 채우게 됐네요. 식물을 보면서 자연의 생장 과정을 관찰하는 게 재밌어요. 이파리에 무늬가 있는 걸 보면 쿠사마 야요이 그림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식물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의 해결책을 찾기도 해요.

    Q.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반려견이 있다 보니 동물 다큐멘터리 보는 걸 좋아해요.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다큐멘터리를 추천해요. 문어의 일생을 재밌는 방식으로 풀어냈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실 공간을 꾸미고 있어요. 작업실에 친구들이 탕비실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내서 같이 만들기도 했죠.

  • 버려진 것들을 재탄생 시키는 과정

    Q.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해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 공장에서 폐파이프로 같이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연락이 왔어요. 제안 받고 공장을 둘러보는데 폐파이프 못지않게 PVC 가 많이 버려져 있더라고요. 공장 직원분들은 10년 동안 그것을 버려왔으니, 폐파이프보다도 값어치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엔 아트 피스로 충분했어요.

    Q. 폐 PVC란 무엇인가요?
    버스 손잡이 코팅 부분의 플라스틱이라고 생각하시면 쉬워요. 문제는 이 플라스틱 컬러를 한번 교체할 때마다 버려지는 양이 40~50kg이라는 점이에요. 노란색, 파란색의 PVC를 뽑는다고 하면 노란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뀔 때 기계 안에 노란색이 남아있어 파란색과 섞이게 됩니다. 그 구간은 폐기물로 취급하는데 연간 총 50톤 씩 된다고 해요. AFF 컬렉션은 그렇게 버려지는 부분을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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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영민의 색을 입은 의자
  • 강영민의 색을 입은 의자

    “제 스타일을 숨김 없이 작품에 불어넣어요.”

    Q. 의자, 주차 금지 표지판, 화병 등의 사물 디자인이 많아요. 평소 어디서 영감을 받나요?
    어릴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는데, 씨리얼 박스나 해피밀 장난감의 팝한 컬러를 좋아했어요. 그런 알록달록한 원색의 색감을 따오기도 하고 요즘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패션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요.

    Q. 처음과 비교하면 최근작 AFF 컬렉션의 색감이 선명해요. 작품 스타일에 변화가 있었나요?
    예전에는 작품 활동과 개인적인 취미를 분리했어요.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니 플라스틱은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소재라는 걸 알게 됐죠. 쇠나 나무와 같은 기성 재료는 색을 바꾸기가 어렵지만 플라스틱은 유연하게 변성되는 소재라 제 스타일을 구현하기에 적당했습니다. 이후부터는 제 스타일을 숨기지 않고 작품에 투영하게 됐어요. 작품 스타일은 변했지만, 초기에 갖고 있던 메시지는 동일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 가구 디자이너로서 MZ세대의 아이콘이 되다

    Q. 최근에 빌리 아일리시에게서 모티브를 따온 의자를 만드셨어요.
    빌리 아일리시처럼 아이콘이 갖는 힘이 있어요. 연두색, 검은색, 하얀색만 봐도 빌리 아일리쉬를 떠올릴 수 있죠. 아이코닉한 것들을 제 작품에 투영시키는 걸 작업할 때 즐기기도 합니다.

    Q.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들한테 보여줄 수 있으면 좋다는 생각을 해요. 산업과 디자인, 두가지를 아우르는 콘셉트로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죠. 앤디 워홀은 예술작품을 찍어내는 방식을 택했어요. 꼭 손으로 그리는 것만이 예술이 아니라는 거죠. AFF 의자처럼 폐플라스틱을 차곡차곡 쌓아도 의자, 상업적 기술을 충분히 활용해 완성했더라도 작품이 될 수 있죠. 꼭 나무 또는 철재와 같은 기성 재료로 또는 기존의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편견을 넘어보고 싶어요.

  • 가구 디자이너로서 MZ세대의 아이콘이 되다
  • 강영민 디자이너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 강영민 디자이너가 세상에 전하는 메시지

    “해결 방법이 바로 도처에 있는데 시도하지 않는 일들이 많아요.”

    Q. AFF 컬렉션은 폐품의 독특한 질감을 그대로 살려냈어요. 제조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날것 그대로 보이는 것이 좋을지 보여주는 방식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대중이 좋아하는 의자를 만들기보다 내 의자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는 편이에요. 제 작품을 보고 의자의 형태에 대해 많은 사람이 반문을 하고 폐품을 층층이 쌓아도 의자라고 바라보게 하는 것이 예술가로서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지구의 달을 맞아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환경 문제뿐 아니라 아직 우리가 극복해야 될 사회 문제가 많아요. 그런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풀면 좋을 지 다시금 질문하고 시도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말처럼 해결 방법이 바로 도처에 있는데 시도하지 않는 일들이 많아요. “그렇게 해서 되겠어?”라고 포기하듯 내뱉는 말들이 틀을 깰 기회를 방해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