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적당한 햇빛과 온도, 바람, 그리고 수분이 필수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고 보살펴야 하는 존재. 이러한 반려 식물을 키우며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실천하는 이들을 요즘 말로 ‘식집사’라고 부르는데, 최근 많은 이들이 식집사 대열에 합류하려는 모양새다. 어르신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식물 키우기에 열정을 쏟고 있는 20~30대들에게 식물숍 <자란다>의 임진희 대표가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식물 키우는 방법에 대해 조언한다.

  • (왼쪽부터) 엔젤스킨-홍콩야자-필로덴드론 버킨-수박페페
    (왼쪽부터) 엔젤스킨-홍콩야자-필로덴드론 버킨-수박페페
  • 기본적인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난이도 ‘하’의 식물 키우기

    초보자의 꿀팁은 조금 건조하게 키우는 것

    햇빛, 물, 통풍 등 식물 관리에 있어 중요한 환경적인 부분이 비교적 부족하더라도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는 식물들과 함께 식집사 라이프를 시작해 볼 것. 사무실에서도 꿋꿋하게 자라는 식물들로, 보통은 잎과 줄기가 도톰한 것들이 이에 속한다. 이러한 식물들은 대부분 물 주는 주기가 길어도 스트레스를 거의 받지 않고, 은은한 햇빛 속에서도 잘 자란다. 오히려 물을 너무 자주 주면 과습으로 인해 잘 자라지 못하게 되므로, 화분 속 흙이 다 말랐는지 확인한 뒤 물을 줄 것. 잎이나 줄기를 만졌을 때 평소보다 부드럽고 얇은 느낌이 난다면, 물이 필요하다는 뜻이므로 흠뻑 줘도 좋겠다. 물을 너무 자주 주는 것보다, 조금 건조하게 키우는 게 식물을 잘 자라게 하는 지름길이다.

    ‘난이도 하’에 속하는 식물들은 대부분 물 관리를 놓쳤을 경우에도 당장 식물의 모양에 큰 변화가 없는 편이다. 이런 경우 보통 흙이 바싹 말라서야 부랴부랴 물을 주게 되는데, 이때의 흙은 보습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라 물을 줘도 바로 흡수되지 않고 뿌리 부분은 매우 말라 있다. ‘저면관수법’을 이용해볼 것. 물을 담은 용기에 화분의 하단이 1~3cm정도 잠기도록 넣으면 배수 구멍을 통해 들어온 물로 흙의 보습력이 높아져 식물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 물과 통풍, 햇빛 등 환경적 요인이 필수인 ‘난이도 중’의 식물 키우기

    충분한 햇빛을 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커튼이나 창문과의 거리로 햇빛의 세기를 조절해가며 관리하는 것이 좋다. 직사광선에는 잎이 타거나 노랗게 변할 수 있으므로 햇빛이 은은한 실내에서 키울 것. 흙 속에 물이 말랐는지 확인하고 물을 챙겨주되, 물이 마르는 주기를 체크해 기억해 두면서 물을 주면 관리가 쉬워진다. 통풍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미세 먼지가 심한 날이나 한 겨울과 한 여름에는 창문을 통한 외부 공기 유입이 어려우므로 선풍기나 서큘레이터 같은 장치를 통해 실내의 공기를 순환시킬 것. 식물에게 직접적으로 바람을 쏘이면 식물은 급격하게 건조해지면서 안 좋은 상태가 될 수 있으므로, 벽이나 바닥으로 바람을 쏘여 간접 바람이 식물 주변의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햇빛이 좋고 바람이 부는 날 실외, 창가, 베란다 등에 식물을 옮겨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오히려 식물에게 스트레스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데 있어 갑작스러운 변화는 식물을 놀라게 해 변형되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식물에게 갑작스럽게 햇빛을 많이 오래 보여준다고 광합성을 많이 하는 게 절대 아니므로, 햇빛, 바람, 온도 등의 변화는 서서히, 조금씩 늘려가는 게 방법이다.

  • (왼쪽부터) 아스파라거스 메이리-황칠나무-세모리아
    (왼쪽부터) 아스파라거스 메이리-황칠나무-세모리아
  • (왼쪽부터) 뮬렌베키아-아랄리아-올리브나무
    (왼쪽부터) 뮬렌베키아-아랄리아-올리브나무
  • 식물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유지해야 하는 ‘난이도 상’의 식물 키우기

    세심하게 습도 관리까지 챙기기

    식물을 키우기에 완벽한 환경이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 그 식물의 원산지에 대한 학습이 어느 정도 되어 있어야 잘 키울 수 있는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원산지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게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매우 부지런한 식집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햇빛과 바람은 물론 공기 중의 습도도 매우 중요하다. 환경적인 요소에 까다로운 반응을 보이는 식물을 키우다 보면 종종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우수수 떨어지는 것들을 보게 된다. 이는 공기 중의 습도가 낮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실내 공간의 평균 습도가 30~40%인 것을 감안하면, 평소 식물 주변에 물 분무를 자주 해줘서 공기 중의 습도를 높여 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의 겨울은 온도, 햇빛, 습도 모두 식물을 관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겨울은 휴면기에 접어들어 식물이 느리게 성장하지만 봄이 되면 다시 정상의 컨디션으로 되돌아오므로 평소와 똑같이 관리하면서 지켜볼 것.

    겨울이 되면 식물의 잎이 심하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원산지에 비해 공기가 건조하고 날씨가 추워서 생기는 현상이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곳에 두고 마른 줄기, 잎을 정리해주면 봄에 새순과 줄기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평소 하루에 한번씩 분무해주면 날씨가 변해도 잎이 덜 떨어지면서 새순도 잘 올라오는 식물로 자라게 되므로, 예민한 식물일수록 평소의 세심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얻게 되는 행복 ‘식집사 라이프’

    식물의 특징별로 키우는 난이도는 제 각각이지만, 식물들 모두가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하는 존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키우기 쉬운 식물들일수록 물이나 통풍, 햇빛 등이 부족해도 당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변화가 적어 갑자기 죽어버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가을이나 겨울 시즌, 찬바람이 불면서 식물의 컨디션이 저하되면 마른 줄기와 잎을 정리해가며 지켜보는 차분함을 키울 것. 반대로 봄이나 여름 시즌에 햇볕이 좋다고 매일 창가에 놓아두는 등 급격한 변화를 주면 오히려 식물 성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니 조금씩 천천히 늘려가도록 한다. 한 동안 물 주는 것을 깜빡했다면, 물을 담은 용기에 화분의 하단이 1~3cm정도 잠기도록 넣고 배수구멍을 통해 들어온 물로 흙의 보습력을 높이면 빠르게 수분을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식물을 키운다는 건 차분함과 적당한 느긋함, 그리고 순발력이 요구되는 것으로, 무엇보다 반려한다는 즐거움을 깨닫게 된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신경을 써야 하는 존재가 생기는 것에 대한 약간의 번거로움이 곧 따뜻함과 힐링의 마음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식집사’가 되어 누리게 되는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조금만 부지런해지면 얻게 되는 행복 ‘식집사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