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패션’, ‘에코 패션’이 주목받고 있지만, 제아무리 환경에 좋은 소재를 사용했다 해도 스타일이 와 닿지 않으면 손이 가지 않는다. 윤리적 생산 방식을 고수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감각적인 스타일로 제시하는 브랜드가 사랑받는 이유다. 지속 가능한 패션을 키워드로 앞세운 브랜드 ‘누아믹’이 그중 하나. 천연섬유와 폐섬유, PET 리사이클 원단을 사용하는 누아믹은 환경 문제 해결에 힘을 더하는 동시에 단추 하나에도 현대적이고 감도 높은 룩을 선보인다. 오월의 어느 날, 누아믹 사무실에서 누아믹의 패션 디자이너이자 대표 김하은을 만났다.

  • 환경 감수성 시대의 애티튜드
  • 환경 감수성 시대의 애티튜드

    에코 패션에 취향을 담다

    2013년 데님 회사에 근무하며 패션 산업의 문제점을 깨달은 김하은 대표는 제작 공정에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법을 도입했다. 섬유 폐기율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부터, 수선 키트 서비스, 탄소 배출량을 고려한 작업실 동선까지. 여기에 유튜브라는 창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패션을 알리며 환경 크리에이터 역할도 겸한다.

    지속 가능한 컨셉을 메인으로 론칭한 누아믹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친환경 소재인 줄 모르고 그저 예뻐서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 “어떤 옷과 매치해도 멋을 해치지 않고 자연히 내 스타일에 따라올 수 있어야 진짜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고 생각해요.” 패션 라이프와 환경을 동시에 끌어올릴 방법으로서 그녀가 맨 처음 떠올린 것은 취향이다.

  • 유연하고 취향 있는 에코 패션

    Q. 친환경 소재인 줄 모르고 일단 예뻐서 누아믹을 구매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게 오히려 더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코 패션이라고 하면 뭔가 특별하게 입거나, 뭔가 스타일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속 가능한 패션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어요. 누구든지 자기 스타일에 맞는 지속 가능한 옷이 있고 옷장 한 켠을 차지하는 그런 일상적인 일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럼 디자인할 때 신경 쓰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보통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고 하면 타임리스하고 베이직한 디자인이죠. 하지만 저는 패턴이나 컬러를 많이 매칭하는 것을 좋아하고 베이직한 아이템은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입어요. 저와 같은 취향인 사람들을 위해서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 벌을 다양하게 연출해서 입을 수 있도록 옷에 핏 조절이 가능한 끈이나 단추를 여러 개 다는 등의 디자인을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면 질리지 않고 오래 입을 수 있죠.

  • 유연하고 취향 있는 에코 패션에 대하여
  • “노동자와 지구 모두에게 건강한 옷을 만들 수 있다면.”
  • 지속가능한 옷을 만들기 위한 여정

    사람과 지구 모두에게 건강한 옷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

    Q. 10년 전만 해도 이쪽 분야는 생소했을 텐데 누아믹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2013년 데님 회사에서 2년 정도 일했는데 회사에 다닐 때 워싱 공장, 나염 공장 등 안 가본 데 없이 다니면서도 단 한 번도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우연히 청바지 공장에 대한 다큐를 보게 되었는데 청바지가 얼마나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는지, 작업자들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 약품 가까이에서 일하는지 뒤늦게 알게 되었어요. 제가 몸담고 있는 산업이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에 놀랐고, 현장에 있었음에도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제 무지함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죠. 그 시기에 방글라데시에서 라나 플라자 붕괴 사고까지 터지면서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패션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고 최종적으로 누아믹을 런칭했어요. '좀 어설프더라도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것 같아요.

  •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새로운 시각

    Q. 누아믹만의 차별점은?
    지속 가능한 패션은 광범위한 개념이고, 어디에 초점을 두냐에 따라서 브랜드마다 조금씩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누아믹은 손이 닿는 데까지 지속 가능한 가치와 실천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브랜드예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봉제 공장과 거래처의 동선을 최소화하고 생산 과정에서 남는 자투리 원단은 브랜드 TAG나 스크런치, 모자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죠. 이외에도 지속 가능 패션을 알리기 위해 유튜브 콘텐츠를 만드는 등 정말 여러 갈래에서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점이 다른 브랜드와의 차별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Q. 누아믹의 리페어 키트가 인상적이었어요.
    누아믹의 리페어 키트는 수선을 원하면 언제든 옷의 부자재를 보내 드리는 서비스예요. 수선을 잘못하면 수선한 티가 나거나 수선집에서 미묘하게 다른 컬러의 실을 사용해 오히려 안 입을 수가 있거든요. 더 오래 입으려고 수선을 하는 건데 말이죠.

  •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한 새로운 시각
  • 내 옷장 다시 살피기
  • 내 옷장 다시 살피기

    “할머니 옷장에서 어머니 옷장, 그리고 제 옷장으로 오랫동안 물려 입어 옷의 수명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Q.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사고 싶은 마음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는 편이에요. 대신 시간을 여유 있게 두고 옷을 구매해요. 먼저 제가 잘 안 입는 옷 중에서 사고 싶었던 옷과 비슷한 스타일이 있는지 훑어봐요. 그런 다음엔 빈티지 샵이나 중고 앱에서 찾아봅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까다롭게 찾다 보니 막상 살 때 계절이 지나버리거나, 원했던 마음이 사그라들어서 안 사고 싶어지기도 해요.

    Q. 지속 가능한 옷이란?
    제가 생각했을 때 지속 가능한 패션이란 ‘내 옷장에 있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지속 가능한 소재나 에코 패션 브랜드의 옷을 샀다고 해도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옷보다 지속 가능하다고 평가할 수 없어요. 또 빈티지 의류처럼 할머니 옷장에서 어머니 옷장, 그리고 제 옷장으로 오랫동안 물려 입어 옷의 수명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일인 거 같아요.”

    Q. 에코 패션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중 꼭 바뀌어야 할 것은?
    에코 패션에 대해서 일시적인 트렌드 중 하나로 보는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 유행이 지나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요. 그런 태도를 갖기보다는 지금부터 할 수 있고, 앞으로도 쭉 지킬 수 있는 습관으로 다가갔으면 좋겠어요.

    Q.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디자이너는 사람들이 개성을 찾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스타일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디자이너에게 지금 꼭 필요한 것은 자기만의 철학을 가지고 세상에 이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일인 거 같아요.

  • 윤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하여